스타트업 난세에 읽어보는 오자병법(吳子兵法) 도국편(圖國) #1 — 돈을 벌려면 준비를 해야지
오자병법 얘기의 첫 포스팅은 오자병법 1편인 도국(圖國, 나라를 그리다)편에서 시작한다. 오자병법의 시작인 도국편은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이라는 것을 어떻게 국가적으로 이해하고 다룰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오기가 바라보는 전쟁과 국가
도국편의 시작에서, 오기가 병법을 진언하려고 위문후를 배알한 자리에서 위문후는 오기에게 “과인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기는 이렇게 말한다.
“신은 겉을 보면 숨겨진 사실을 볼 수 있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 주군께서는 어째서 속마음과 다른 말씀을 하십니까? “
“왕께서는 사시사철 짐승을 죽이고, 가죽을 벗겨 붉게 옻칠과 채색을 하고, 짐승 모양을 그려넣으십니다. 이런 옷은 겨울에는 따뜻하지 않고 여름에는 시원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길이가 2장 4척이 되는 긴 창과 1장 2척인 짧은 창을 만들고, 수레에 가죽을 덧대고, 튼튼한 바퀴를 달게 합니다. 이런 수레는 아름답지도 않고 사냥용으로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주군께서 어떤 용도로 사용하시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설령 나아가 싸우거나 물러나 수비할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운용할 인재가 없다면, 마치 알을 품은 닭이 살쾡이를 쪼아대고, 새끼가 있는 어미 개가 호랑이에게 덤비는 것과 같습니다. 투지는 있지만 결국 죽을 것입니다.”
“옛날 승상씨(承桑氏)는 덕을 닦는다고 군사력을 소홀히 하다 나라가 망했고, 유호씨(有扈氏)는 군사력만 믿고 전쟁을 좋아하다가 사직을 잃었습니다. 현명한 군주는 이를 거울삼아 안으로는 문덕을 닦고, 밖으로는 군사력을 준비하는 일에 힘쓰는 것입니다. 군주로서 적의 침략을 받고서도 싸우지 않는다면 의롭다 할 수 없으며, 전쟁에 패해 죽은 병사의 시신을 두고 슬퍼하는 것은 어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적 전쟁은 이미 하고 있다
모든 회사는 매출을 내어야 한다. 당연하다. 문제는, 돈버는 문제에 급하지 않던 많은 스타트업의 의사결정자들이 점차적으로 여기에 급해지는 과정이 너무나 둔탁하면서 동시에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논리적 요체와는 다른 이상한 결정을 하게 된다는 점이 되겠다.
사실 이건 회사 바이 회사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로 다닌 B2B 계열의, 프로덕트와 프로젝트가 혼합되어 있는, 즉 솔깃하면 대충 뭐든 해볼 생각 있는 회사를 기준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투자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요새는 돈을 버는 회사가 돈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그냥 무조건 닥치고 일단 돈을 벌어야 하는데, 다시 돌아와 보자.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서 뭔가를 수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 그 가치에 대한 대가를 낼 사람을 어떻게 찾는가 + 그 가치를 얼마나 매길 것인가 + 그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 그 사람에게 어떻게 대가를 물리는가, 이것으로 플로우를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을 다시 전쟁으로 비유해 보자. 신규 매출을 위해 공격하는 것이고, 계약(또는 어떤 종류의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면 방어적인 입장에 선 것이다.
적어도 회사가 매출이라는 걸 내려고, 전시상황을 선포하기 전에 예전부터 조금이라도 행동하고 있었다면 이미 그 시점부터 전쟁의 문제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즉, 우리 모두가 주변 현실을 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전쟁은 이미 하고 있었는데 잘못 하고 있었던 거다. 다만 그게 작고 치명적이지 않아서 숨겨져 있다가, 점점 야금야금 영토가 먹히고 승기가 기울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 품은 닭이네?
냉혹하게 말하면, 호황기 시절 만들어진 대부분의 B2B 스타트업들은 오기의 비유에 따르면 알 품은 닭이 맞다. 이 시절에 만들어진 스타트업, 특히 투자라는 것을 받아본 스타트업들은 근본적으로 돈버는 전쟁, 특히 좁은 구간에서 대규모의 살육전과 공방전이 벌어지는, 동시에 CEO들이 쓸까말까 고민하고 갈망하는 SI라는 전쟁(해보지도 않고 이런 대형 한방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에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회사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역설적으로 나름대로의 (나이브한) 투지를 제공한다. 고객이라는 존재의 구역질남과 지랄맞음, 대단히 비논리적인 요건들, 후려쳐지는 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종해야 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떤 순간들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즉, 사실은 적이 얼마나 강력하고 집요한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회사들에도 사람들이 고객이 중요하다, 고객의 VOC를 들어야 한다는 말은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대부분 원론적인 차원에서 얘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듣는 건 누구나 한다. 그런데 들은 것에 대해서 실제로 할 수 있는가? 그걸 떠나서 들은 것이 진실이 맞는가?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구체적인 형상과 한계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스타트업들이 B2B 비즈니스 전쟁을 위해 슬슬 꺼내들기 시작한 다양한 외주나 커스터마이즈 카드가 엮인 대규모 회전들을 보면, 사실 그들에게 그런 전략의 실전을 잘 처리할 능력은 대부분 많이 없다. 해본 적이 없고 들은 적이 있는 일을 하려는 것뿐이다.
즉, 다시 한번 유감이지만, 대부분의 B2B 스타트업 구성원은 사실 출신이 B2B가 아니고 B2B에서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프레임워크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 이 문제는 같은 물리적 전력으로 싸움을 해도 훈련도가 낮고 군사적인 전술 수행에 취약점을 드러내는 형태로 이어진다. 심지어 이 약점은 직군을 별로 가리지도 않는다. B2B 스타트업의 ‘영업’ 조차도 사실 도메인 날리지만 있지(즉 그냥 고객 얘기 전달만 잘하지) 니즈와 수행 사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판단능력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런 일에 특화된 에이전시와 스타트업은 같은 일을 해도 비즈니스적 효율의 차이가 매우 크다. 일단 그걸 알고 다른 얘기를 해야 할 것이다.
수습을 위한 첫걸음
오기는 단순히 군사력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걸 운용할 능력(인재)이 없으면 안 된다는 점, 동시에 내부로는 좋은 통치를 하고 외부로는 언제든 강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을 현재의 스타트업 환경에 비유해 보면, 그냥 M/M 줄이고 사업 정리하고 돈준다는 일에 사람을 처밀어넣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크게 두 가지를 정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 우선 전체적인 사업의 프레임들을 군사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즉 수습할 수 없거나 도움이 안 되는 영역은 포기하고, 수습하거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영역을 빨리 판단하고, 남은 자원을 집중하되 ‘운용 능력이 있는’, 즉 돈버는 문제에서의 승과 패에 대한 인식이 있는, 즉 고객에 대한 대응 능력이 있는 개인이나 조직, 그렇게 하기 쉬운 안건들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성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진다.
- 동시에 자원을 집중시키기 위한 생산력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 즉 ‘좋은 통치’에 관련된 문제가 생긴다. 관리를 강하게 걸면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불만이 커진다. 물론 직원관리는 그렇게 하면 쉬워지겠지만 돈을 버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직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이익과 손실을 최적화하는, 즉 구도설계와 수행 테크닉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문화적인 기강을 잡는 건 생각보다 수습에 있어서는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돈을 버는 일들의 결들을 중심으로 모든 기회와 문제를 오픈하고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생산력과 생산성을 재편성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이걸 기준으로 ‘좋든 싫든 따르게 하는 것’이 다음이다. 다르게 말하면 재택이 있냐 아니냐, 회의나 소통을 더 많이 하느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결국 전쟁에선 승산이 없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사람 내보내면서 잡플래닛과 블라인드가 엉망진창이 되고 성과는 성과대로 없는 기묘한 모습들만 남게 된다. ‘패해서 죽은 병사의 시신을 보고 애통한 것은 인(仁)이 아니다.’
도국편에 대한 이야기로 다음 포스팅에서도 계속 이어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