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난세에 읽어보는 오자병법(吳子兵法) —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불경기가 시작되었고, 미국의 금리인하 예측과 별개로 이미 스타트업 펀딩이라는 것이 예전처럼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K-스타트업이 옛날처럼 풍부한 유동성 하에서 밖으로는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추구하고, 안으로는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직원 만족도가 높은 업무 문화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지고 있다.
이는 급격하게 스타트업들이 평시가 아닌 전시/준전시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한다. 문제는 이것이 예측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많은 의사결정자나 관리자, 중견 실무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나 역시 다소 곤란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에 오자병법을 읽으면서 꽤 여러가지 감흥이 있었다.
중국 전국 시대의 오기(吳起)가 저술했다고 전해지는 오자병법(吳子兵法)은 무경칠서(중국의 7대 병법서) 중 손무의 손자병법 다음으로 쳐주는, 그래서 손오병법이라 불리는 2개의 병법서 중 하나다.
오자병법은 손자병법에 비해 내용도 적고, 많이 유실되었으며, 훨씬 그 시기의 어떤 컨텍스트를 반영하고 있어 전쟁의 근본 논리를 규정하는 차원에서는 손자병법에 비해 평가가 다소 낮은 구석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자병법을 읽어보면, 삼국지연의 스타일의 기책보다 대전략과 전략적 원칙, 구체적인 전술적 결정에 대한 내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IT 종사자들의 일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우므로, 자세히 보다 보면 이것이 뭘 말하는지 와닿는 지점들이 손자병법에 비해 더 있을 것 같다.
오자병법은 원래 48편이었으나 아래 6가지가 남아있는데, 각각의 주제는 대략 다음과 같다.
도국(圖國) —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쟁을 다루기
요적(料敵) — 적에게 대응하기
치병(治兵) — 군대를 육성하고 다스리기
논장(論將) — 장수의 역량을 논하고 평가하기
응변(應變) — 싸우면서 맞는 불확실성에 대한 임기응변을 발휘하기
여사(勵士) — 군사의 사기를 높이고 관리하기
이 6편들을 차례로 보면서, B2B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일에 관여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중요한 대목들을 짚고 하나씩 공유해 보고 싶다. 번역된 내용에 대해서는 임용한 소장 번역본 오자병법 을 기준으로 보되, 원문에 대한 해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적절히 번역된 내용으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