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난세에 읽어보는 오자병법(吳子兵法) 도국편(圖國) #2 — 싸움은 의외로 원점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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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Jan 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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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병법 얘기의 두번째 포스팅에서도 오자병법 1편인 도국(圖國, 나라를 그리다)을 다룬다.

하나된 집단만이 싸움을 할 수 있다

오기는 이제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을 국가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옛날부터 국가를 부흥시키고자 했던 군주들은 반드시 백성을 교화하고, 만민이 서로 친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것은 인화(人和)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유념해야 할 불화(不和)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나라가 하나가 되지 않았으면 군대를 내보내선 안 됩니다.
둘째, 군대가 하나로 뭉쳐있지 않으면 분대를 움직이면 안 됩니다.
셋째, 진영이 하나로 단합하지 않았으면 나가 싸우게 하면 안 됩니다.
넷째, 전투에 임해 일사불란하지 않으면 결전을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영명한 군주는 반드시 나라의 화합을 이루고 그 다음 국가대사를 도모한 것입니다. 그것도 혹시 자신의 생각이 잘못일지 몰라 반드시 종묘에 고하고, 거북점을 치고 천시를 살펴서 길하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거사를 도모했습니다. 이를 통해 백성들은 군주가 자신들을 아끼고 백성의 죽음을 군주가 애통해 함을 알게 됩니다. 이와 같이 된 후 군주가 전쟁에 임하면, 병사들은 용감히 싸우다 죽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고 물러나 살아남는 것을 치욕스럽게 여깁니다.”

모든 군사적인 일의 핵심은 지휘와 통제다. 이것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돈을 버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많은 B2B 스타트업이 막상 못 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아무런 돈 버는 일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거다. 오히려 B2B 스타트업들이 돈을 벌겠다고 벌이거나 수습하는 많은 것들은 전사적 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의 개인기 의존적인 일이며, 통제하고 있는 것은 전체적인 일의 흐름이 아니라 근태니 과자니 하는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그런 것이 진짜 문제면 문제가 되는 것을 명확한 기준을 갖고 평가한 결과로 평소부터 관리하고 전시에는 제압하면 되지만, 실제로는 그런 기준을 평소에 세운 적이 없으니 평가도 할 수 없고, 그러니 문제의 원인을 제압할 수 없다. 따라서 그냥 통제만 있고 개선은 되지 않는, 비극적이지만 흔해터진 시츄에이션- 즉 요상한 연대책임으로 다같이 동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대부분이 일을 하긴 했으면 어디선가 병목이나 문제가 생겨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일텐데, 왜 그 문제는 안 건드리고 다같이 피곤하게 만드는가? 답은 실제로는 전쟁이 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전쟁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기는 그런 상황에선 군대 내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일단 내보내고 본다.

물론 이건 여러 원인이 있다. 그런데 이미 오기 선생님이 그런 것보다 한 마음 한 뜻이 되라고 하셨다. 딱히 우리같은 사람들이나 우리가 다니는 회사들의 경영진이 오기에 비해 똑똑해서 2천년 뒤에도 이름이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장님들 PR나간 기사는 2천년 뒤엔 찾을 수 없겠지만 오자병법은 2천년 뒤에도 있을 거고.

결국 전시 상황으로의 전환을 위한 제일 핵심은 화합, 그것도 술 한잔 먹고 으쌰으쌰 하는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업과 상황, 사람들의 역량, 해야 하는 것, 그것으로 달성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총체적인 공감과 화합이다. 당연히 수많은 논쟁적인 부분들이 있고,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결국 사람들, 그중에서도 전시 상황을 헤쳐갈 능력의 일부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판별하고, 손을 맞잡고서 갈 준비를 하는 게 전시 상황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핵심 구도이다.

즉 거북점(aka 갑골문자)를 치고 길하다는 결과를 얻는 것의 현대적인 방식-진지한 토론과 이해가 필요한 거고, 이걸 토대로 어쨌건 결정을 하면 각각의 프로들이 거취든 뭐든 각자의 책임을 재정의하고 거기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면서 그냥 회사 망해간다고 생각해 런하는 사람만 나온다. 물론 그것도 솎아낸다는 의미에서 보면 나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거기서 실제 도움이 될 사람인데 회사꼴 보고 싹수가 노랗다고 여겨서 이 틈에 빠지는 사람이 나오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대의명분이 있는 전쟁을 하고 여러 번 하지 마라

전쟁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오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릇 도(道)는 근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고, 의(義)는 마땅히 일을 행하여 공을 이루는 것이며, 모(謀)는 해악을 막고 이로움을 향해가는 행위고, 요(要)는 업적을 보존하고 성과를 지키는 것입니다.”

“만약 군주의 행동이 도에 합당하지 않고, 그 조치가 의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지위만 높게 있으면 반드시 화가 미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도로 사람들을 다스리고, 의로 일을 처리하며, 예에 따라 행동하고, 인으로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 4가지 덕을 잘 닦으면 나라가 흥하고, 그렇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였습니다. 그러니 은나라 탕왕이 하나라 걸왕을 쳤을 때 하나라 백성들이 오히려 기뻐했고,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쳤을 때 은나라 백성들이 이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거사가 하늘과 민심의 뜻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무릇 나라를 잘 다스리고 군사력을 기르려면 반드시 예로 백성을 가르치고, 의로 하여금 백성들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 크게는 적을 치기에 충분하고, 작게는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싸워서 이기기는 쉬워도 이를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난세에 다섯번을 싸워 이긴 나라는 결국 화를 입을 것이요, 네번만에 이긴 나라는 피폐해질 것이며, 세번만에 이긴 나라는 패자(覇者)가 되고, 두번만에 이긴 나라의 군주는 왕이 될 것이며, 한번에 이긴 나라의 군주는황제가 되리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여러 번 이겨서 천하를 취한 자는 드물고 오히려 망한 자가 많습니다.

싸움을 비즈니스로 삼는 에이전시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용병이 들어오고 떠나는 상황에서 비즈니스가 계속 돌아갈 수 있는 형태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 출신의 사람들은 적당히 싸움값을 받고 언젠가는 유명한 가문의 가신이 되기 위해 공을 세우러 뛰어든다. 그래서 몇 년 하면 나가는 거고.

에이전시는 그 니즈를 건드려 클라이언트의 업무 외주화를 위한 동력으로 사용한다. 동시에 에이전시는 다른 구간에서의 비용 절감에도 매우 익숙하다. 즉 비용을 극소화할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일정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항상 취하고 있다.

그에 비해,대부분의 B2B 스타트업은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런 것에 적합한 조직구성을 갖고 있지도 않다. 뭔가의 가치를 제공해 뭔가를 혁신하고 그렇게 해서 크게 성장하고 싶어하는 것이 이런 스타트업과 구성원의 본질이다. 그것이 B2C냐 B2B냐는 다음 문제다.

그렇다면, 전시 체제 역시 그걸 감안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가장 잘 하고’, ‘가장 고객이 좋아하며’, ‘앞으로도 어떻게든 잘만 하면 되는’ 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관리자들이 전략적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결론이 피봇이면 피봇을 하고, 심화면 심화로 가는 것이지 다른 것이 낄 여지가 없다. 그것이 오기의 ‘도’일 것이다.

물론 몇년 전에는 이런 피봇팅이 대문자주의 — 예를 들면 ‘AI’니 ‘플랫폼’이니 하는 어떤 투자사들의 워딩에 맞추는 형태로도 일어났다. 그런데 본질은 뭐가 가치있고 그것의 어떤 것을 우리가 잘 하느냐지 워딩이 아니다. 비본질은 쳐내야 한다. 이런 판단들을 해나가는 것이 ‘모’가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면, 당연히 실력과 인성을 가진 직원들은 문제에 대해 보다 진지해지고 그동안의 다양한 실책에 대해서 깊이 반성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아마 오기가 말한 ‘의’라고 본다. 이 과정을 취하려면 뜬금없고 무례한 일들이 아니라 경영진의 모든 것에 대한 진지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오기가 말한 ‘예’일 것이다.

그리고 2천년짜리 고전답게 오기는 그러나 이런 싸움을 자주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시체제에 자주 진입한다는 것은 회사가 핵심 모멘텀을 발전시켜서 스케일업/스케일아웃 하지 못하거나, 그걸 놓치고 이것저것 하면서 그때마다 이유를 적당히 만들어 에이스 인력들을 갈아버림으로서 순간적인 우위를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스타트업의 에이전시화를 의미한다.

사람들의 뜻이 에이전시가 아닌데 회사의 행동이 에이전시가 되어버리면 당연히 조직에서 몇 번의 승리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설령 쥐어짜내 한두번 이기더라도, 그런 이기는 작업과 함께 항상 전쟁을 끝낼, 즉 전쟁의 결과물을 빠르게 자산화하고 국경선을 잡는 엑시트 플랜과 엑시트 실행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것이 오기가 말한 ‘요’에 가까울 것이다.

오기의 주제는 적과, 적을 상대하기 위한 핵심 전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다음 2개 정도의 포스팅에서도 아마 도국편을 이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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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데이터 블루칼라 역할을 하는 유령